[맛&멋]현장에서/‘베끼기 음료’론 경쟁력 못키워

  • 입력 2004년 6월 7일 16시 53분


광동제약은 최근 ‘비타 500’과 관련한 소송을 내 승소했다. 2001년 2월 국내 처음으로 내놓은 ‘마시는 비타민C’인 ‘비타 500’이 대박을 터뜨리자 각 업체들은 너도나도 유사품을 쏟아냈다. 이름도 ‘비타민 500’, ‘비타씨 500’ 등으로 유사했지만 더 이상 이런 상품명을 쓸 수 없다.

광동제약측은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2년 이상 소비자의 입맛을 테스트하고 새로운 원료를 개발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비용을 들여 기껏 일궈놓은 시장에서 ‘과실’만 낚아채려는 ‘무임 승차자’가 많다면 아무도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 투(me too)’ 제품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음료업계의 베끼기는 특히 심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처음으로 아미노산 음료인 ‘플러스마이너스’를 내놓자 ‘아미노 밸류’ ‘아미노 업’ ‘아미노센스’ 등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클로렐라 음료 역시 첫 제품을 선보인 지 한두 달 만에 유사품들이 나왔다.

웅진식품은 1995년 처음으로 대추음료인 ‘가을대추’를 내놓았지만 3개월 만에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음료회사의 모방 제품에 밀리기도 했다.

‘미 투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에도 혼란을 준다. 비슷비슷한 이름에 유사한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2001년 12월 ‘신상품 배타적 우선 판매권’을 도입했다. 금융당국이 신상품을 내놓은 회사에 1∼6개월 독점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허권’을 준 것이다.

음료업계에도 신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건 어떨까. 그래야 우리 음료업계도 경쟁력 있는 음료를 개발하는 데 사활(死活)을 걸고, 코카콜라와 같은 세계적 음료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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