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신청 기업 증시퇴출은 위헌소지”

  • 입력 2004년 6월 2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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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업을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는 ‘즉시퇴출제’에 대해 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2년 12월 도입된 ‘즉시퇴출제’의 존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부장판사 김건일)는 2일 상장기업인 ㈜지누스가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낸 증권 상장폐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주권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 청구의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상장폐지 절차를 중단하라”며 일부 받아들였다.

3월 화의신청을 낸 지누스는 증권거래소가 즉시퇴출 규정에 따라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리자 “화의절차 신청만을 이유로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즉시퇴출제가 파산위험으로부터 잠재적 투자자를 보호한다지만 이는 법정관리 및 화의신청 회사와 기존 주주의 직접적인 이익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어 헌법 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화의는 청산을 위한 파산절차와 달리 부실기업의 회생을 위한 절차인데 이를 이유로 상장 폐지된다면 기업 갱생을 위한 신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져 파산이 촉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지누스측의 손을 일부 들어줌에 따라 ‘즉시퇴출제도’의 폐지나 손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 최홍식 부장은 “투자자 보호와 증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즉시 퇴출제를 도입했고, 화의를 통해 기업이 갱생할 경우 재상장의 기회도 있다”며 “본안 판결이 나온 뒤 항고를 할 것인지, 제도를 손질할 것인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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