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외화차입 갈수록 어려워져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15분


이달 들어 농협이 외화채권 발행을 보류하고 한국토지공사는 높은 가산금리를 무는 등 국내 기업의 외화차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에 대한 불안심리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이달 중에 계획했던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유보하기로 했다.

농협은 이달 중 영국 런던에서 리보금리(런던의 은행간 단기자금 차입금리)보다 1.2∼1.25%포인트 높은 금리로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해 왔다.

농협 홍보실 권용범 차장은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의 불안 심리가 많아 입찰액이 3억달러를 넘지 못했고 일부 입찰자들이 금리를 높여달라고 요구해 일단 발행을 유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주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당초 금리조건에 발행이 어려우면 한두 달 시간을 갖고 발행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토지공사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으나 다소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토지공사는 10년 만기 외화채권을 기간이 같은 미국 재무부 채권금리에 1.2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발행했다. 이는 2월에 발행된 수출입은행의 10년 만기 채권의 가산금리 1.23%포인트보다 0.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화차입을 계획 중인 우리 신한 제일 등 시중은행들과 LG칼텍스 대한해운 현대상선 등 기업들도 국제금융시장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은행 인호 국제업무부장은 “중국의 긴축정책과 국제 투자자금의 아시아시장 이탈 등으로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들의 외화채권 가산금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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