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4분기째 마이너스…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04분


수출호조에 힘입어 올해 1·4분기(1∼3월)의 경제 성장률이 5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4분기 연속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은 악화돼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1·4분기 실질 GDP’(잠정)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3% 늘어 2002년 4·4분기(10∼12월)의 7.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 분기 대비로는 1·4분기 GDP 상승률(계절변동조정)이 0.8%에 그쳐 작년 3·4분기의 1.6%, 4·4분기의 2.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로 2·4분기(4∼6월) 2.2%, 3·4분기(7∼9월) 2.4%, 4·4분기 3.9% 등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은 1·4분기에 작년 동기대비 26.9%나 급증해 경제성장을 주도했고 증가폭도 지난해 3·4분기(14.9%)와 4·4분기(23.1%)보다 커졌다.

민간 소비지출은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줄어들어 지난해 2·4분기 이후 4분기째 감소세를 보였다. 또 전분기인 지난해 4·4분기와 비교해도 0.3% 감소해 소비위축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도 작년 1·4분기보다 0.3% 줄어 역시 4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으며 전 분기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전분기인 작년 4·4분기에 비해 1.3%가 줄어 2001년 4·4분기(―3.5%)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변기석(邊基石)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당초 미국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2·4분기 중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고유가, 중국 쇼크 등이 겹쳐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 실질 구매력 변화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4.6% 상승했다. GDI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밑돈 것은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높아져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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