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들 '배드뱅크 사기' 요주의

  • 입력 2004년 5월 13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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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사는 40대 주부 이 모씨는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씨는 배드뱅크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배드뱅크 신청'을 검색했다. 그러자 관련 사이트가 줄줄이 떴고 이씨는 A사이트에 들어가 '개인 워크아웃, 배드뱅크 무료신청 및 상담' 코너를 클릭했다.

이어 그럴듯한 배드뱅크 신청서 양식이 컴퓨터 화면에 떴고 이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주민등록 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했다. 얼마 후 자신이 상담원이라고 밝힌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배드뱅크 신청을 대행해 줄 테니 15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사이트에서 정식으로 배드뱅크 신청이 가능한 줄 알았던 이씨는 그때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이씨는 "상담원의 요구를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주민번호 등이 노출된 게 지금도 찜찜하다"며 "주변에서는 생활정보지에 실린 대행사에 수수료를 냈다가 연락이 두절돼 돈을 떼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업자들이 정부의 신용불량자 구제 제도를 악용해 신용불량자들을 두 번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광고 전단지 등을 통해 신용불량자에게 배드뱅크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프로그램 신청을 대행해 주겠다며 수수료를 받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돼 악용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에서 검색한 또 다른 사이트의 콜센터에 전화를 해봤다. 상담원은 "개인적으로 신용불량자 구제 프로그램에 신청하면 기각될 확률이 높다"며 "20만원만 내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드뱅크와 신용회복위원회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배드뱅크 관계자는 "14일 배드뱅크 지원 대상자를 확정해 17일부터 우편으로 통보하는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상자 명단을 올릴 방침"이라며 "대상자도 확정이 되지 않았는데 신청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이 같은 경우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콜 센터에 대거 접수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주의보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도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하면 하루 만에 신청 절차가 끝나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상담이나 예약을 할 수 있다"며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오히려 서류가 미비해 퇴짜 맞을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이라며 "일단은 신용불량자들이 각별히 유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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