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허기술 日 유출 일당 검거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45분


코멘트
한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 성능측정장비의 설계도를 몰래 빼돌려 일본에 유출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국내 S사가 개발한 반도체 성능측정장비인 ‘번인 체임버(Burn-In Chamber)’의 설계도를 훔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C사 부사장인 강모씨(42)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C사 사장 고모씨(44)와 S사 전 생산부장 이모씨(47)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올해 2월 초 자사 주식과 현금 1500만원 등을 미끼로 S사 생산부장이던 이씨를 매수해 같은 달 24일 번인 체임버 설계도를 빼돌린 혐의다. 강씨는 빼돌린 설계도로 번인 체임버를 자체생산하려 했으나 기술 부족으로 실패하자 3월 29일 설계도를 일본 설계전문회사인 W사에 보내 제작을 의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씨로부터 설계도를 넘겨받은 W사도 “설계도만으로는 장비를 완성하기 어렵다”며 설계기술부장 A씨(43)를 한국에 파견했다. A씨는 4월 22일 강씨 등과 함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C사 공장에서 번인 체임버를 분해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강씨는 “이씨가 가져온 설계도를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일본에 설계도를 보낸 것은 기계를 자체생산하기 위해 설계만 의뢰한 것”이라며 기술 유출 혐의를 부인했다.

S사가 특허를 갖고 있는 번인 체임버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섭씨 80∼120도의 고온에서 6∼48시간 반도체 성능을 측정하는 장비.

외국 제품에 비해 생산 능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S사는 1995년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제조회사에 600억원 상당의 번인 체임버를 납품해 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