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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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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고 제작자들은 최근 광고에 다운시프트 분위기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 공원에서 여유 있게 태극무를 즐기는 CF, ‘자연은 천천히 천천히’라는 카피, ‘천천히 간다 해도 늦은 것은 아니다’라는 가사를 넣은 광고 등이 그 예. 이런 광고들은 속도와 경쟁, 스트레스에 지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분석이다.
▽다운시프트 흉내 내기=다운시프트 성향의 광고는 최근 TV에서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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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이 등장하는 ‘박카스’ CF는 경쟁과 속도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고 격려한다. 두 명의 재수생이 학원에서 나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육교 밑으로 대학생들이 탄 버스가 지나간다. 두 명의 재수생은 “날씨 참 되게 좋네”라고 말하며 터널 안을 달린다.
이 CF의 분위기는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야’라는 노랫말이 주도하고 있다.
웅진식품이 새로 내놓은 과즙 음료인 ‘자연은’의 CF도 현대인의 조급증을 경계한다.
TV 드라마 ‘대장금’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영애는 이 CF에서 “사람아 사람아 벌레가 내게 놀러오는 것을 시기하지 마라. 자연은 천천히 천천히”라는 시(詩) 같은 카피를 선보인다.
웅진식품은 ‘자연은 90일 토마토’, ‘자연은 790일 알로에’ 등 식물의 생육기간을 제품 이름에 넣어 맛있는 음료를 마시려면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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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파트 ‘위브’의 새 CF 뉴욕편도 한 공원에서 부드럽게 태극무를 즐기는 모습을 넣어 삶의 여유가 배어 나오게 한다.
이 같은 CF는 빠른 화면과 화려한 효과 음악 대신 정지된 듯한 영상과 편안한 효과 음악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선명한 메시지 전달=다운시프트 광고의 노림수는 스피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대리 만족을 주면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다.
광고대행사인 오리콤 이주엽(李柱燁) 차장은 “다운시프트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활철학으로 정착되지 않았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돈보다 여유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느림보’로 보이는 다운시프트 광고가 나오면 심리적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상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다는 것.
다른 회사가 스피드를 중시하는 수많은 광고를 내보낼 때 소비자들이 비슷한 유형의 광고를 더 이상 주목하지 않거나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역(逆) 발상의 광고가 나오게 하는 요인이다.
광고대행사인 커뮤니케이션 신화 조재형(趙哉衡) 사장은 “변화보다는 삶의 질을 귀중하게 여기는 소비자에게는 현란한 광고가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는 잡음이 될 수 있다”며 “다운시프트 광고도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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