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류업계, 여심공략 “뚱뚱女의 무기는 섹시함”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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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의류브랜드 ‘토리드’는 섬세하게 제작한 장신구 등 화려한 액세서리와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 토리드닷컴
비만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의류브랜드 ‘토리드’는 섬세하게 제작한 장신구 등 화려한 액세서리와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 토리드닷컴
《미국의 비만 여성들은 그동안 몸매를 감춰주는 넉넉한 티셔츠, 헐렁한 바지에 만족해야 했다. 의류업체도 비만 여성들은 몸매를 가리는 평이한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만 여성을 위한 ‘오버사이즈’ 전문 의류 브랜드 ‘토리드(Torrid)’가 섹시하고 여성적인 디자인으로 여심(女心)을 공략하는데 성공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의류 업계 전체가 비만여성을 타깃으로 한 의류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된 것.》

▽‘오버사이즈’의 성공=키 158cm에 몸무게 72kg인 알리시아 데릭(26)은 옷을 사러 쇼핑센터에 갔다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몸에 맞는 옷은 마음에 들지 않고, 마음에 드는 옷은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 그는 “의류 회사들이 막대기처럼 마른 체형에 맞는 옷만 판다”고 불평했다.

이러한 고객들을 겨냥해 3년 전에 첫선을 보인 의류 브랜드 토리드는 현재 미 전역에 총 52개의 매장을 열었다. 토리드를 운영하는 의류 유통회사 ‘핫 토픽’의 베시 맥래플린 사장은 “고객들이 작성한 불만 카드를 꼼꼼히 읽어본 결과 세련된 ‘오버사이즈’ 의류에 대한 욕구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비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체형을 감출 수 있는 보수적인 디자인을 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화려한 드레스, 핫팬츠 등 유행에 맞고 섹시한 옷차림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컸다.

토리드는 이에 맞게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는 상의, 금색 장식이 화려하게 박힌 벨트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토리드의 성공으로 ‘핫 토픽’의 지난해 수익은 전년대비 29% 성장한 5억7200만달러(약 6292억원)를 기록했다.

‘토리드’ 매장에서 옷을 고르는 젊은 여성들. 월스트리트 저널은 토리드의 성공을 목격한 미국의 의류 유통 회사들이 비만 여성을 위한 의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제공 토리드닷컴

▽비만 인구를 잡아라=27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토리드’의 성공을 목격한 월마트, 타깃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비만여성을 위한 의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의 홍보담당 멜리사 베리힐은 “우리는 비만여성들이 보다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의 의류들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인 타깃은 올해 말까지 11세 이하의 비만 소녀들을 위한 매장도 따로 꾸밀 예정이다. 비만 인구가 10대 청소년은 물론 어린이들에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10대 청소년 가운데 25%가 비만이다. 하지만 7∼19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의류 시장에서 ‘오버사이즈’ 의류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의류 업체들은 비만 여성을 위한 의류 시장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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