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태’ 중소기업에 불똥

  • 입력 2004년 4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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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기계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장 강모씨(48)는 요즘 거래처에 물건을 꼬박꼬박 납품하지만 돈이 돌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거래하는 대기업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구매카드로 결제를 해줘 며칠 만에 카드사로부터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금난을 겪던 카드사와 은행들이 잇따라 기업구매카드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거래하는 기업들이 또다시 어음을 끊어주기 시작했다. 강씨는 2∼3개월 동안 돈이 묶일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높은 이자를 물며 어음을 할인받고 있다.

지난해 금융시장을 뒤흔든 신용카드 사태가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03년 현금성 결제(기업구매카드 결제 포함)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현금성 결제 규모는 56조4001억원으로 2002년 하반기에 비해 20.8%나 급감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123조556억원에 그쳐 전년에 비해 5.4% 감소했다.

이처럼 현금성 결제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LG카드 사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신용카드사와 카드사업의 적자폭이 커진 은행들이 수익성이 낮은 기업구매카드 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와 LG카드는 지난해 상반기에 기업구매카드 사업을 포기했고 우리카드도 지난해 9월부터 기업구매카드 사업을 중단했다. 2002년 말 현재 이들 3개 카드사가 전체 기업구매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8%.

이에 따라 기업구매카드 결제액은 2002년 하반기 5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28조원선으로 줄어들었다.

현금성 결제가 어음 할인을 대체하는 비율도 공정위가 1999년 현금성 결제 확대 정책을 추진한 이래 처음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들의 상업어음 할인액은 모두 25조6500억원으로 어음 할인액 대비 현금성 결제 비율(어음 할인 대체비율)이 전년 동기의 220.6%에서 219.9%로 떨어졌다.

유희상(柳熙相) 공정위 하도급기획과장은 “공정위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현금성 결제를 권장해 왔다”며 “기업구매카드 결제가 줄어들면 그만큼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구매카드: 기업끼리 물품을 사고팔 때 어음 대신 사용하는 기업간 신용카드. 중소기업은 물품 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어음 부도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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