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영 비자금 1200억대”…이중근회장 8일 구속

  • 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32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8일 2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조세포탈) 등으로 중견 건설업체인 ㈜부영의 이중근(李重根) 회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혜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비자금 규모가 영장에 기재된 270억원보다 훨씬 커질 여지가 있는 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6년부터 2001년 사이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27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74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다.

검찰은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가 영장에 적시된 270억원보다 훨씬 많은 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1998∼2000년 회사에 납입한 유상증자대금 695억원 중 650억여원을 비자금으로 마련했다”는 부영의 자금담당 사장의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이 회장에게서 580억원 상당의 채권을 넘겨받아 출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중 상당액을 대선 때 여야 정치권과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여권 실세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가 조성한 비자금이 1200억원가량 되지 않느냐”고 추궁한 뒤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는 300억원을 빼더라도 비자금의 규모는 최소 800억∼900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의 신문 내용을 일부 부인하면서 “채권 580억원은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중수부장은 기자들에게 “아직까지는 이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건넨 구체적 단서가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이 회장에 대해 270억원 횡령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부영의 주식은 전부 피의자 및 피의자 가족이 소유하고 있어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약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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