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번엔 옐로칩”…중소형 우량주 선호

  • 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외국인들이 개인과 기관의 팔자 주문에 맞서 실적 위주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실적만 좋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가 형광등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깜박이다가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외국인들의 ‘사자’ 신호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증시 전문가들이 ‘실적’과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할 것을 조언하는 주된 이유다.

▽외국인 ‘러브 콜’이 시장의 재료=대우증권이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외국인 지분 증가율 상위 25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거래소 13개, 코스닥 12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 상승률(3.99%)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

금호산업 LG산전 대우종합기계 등의 종목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각각 36.23%, 32.06%, 20.09% 등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대우증권 김남중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원화 강세, 유가 급등 등의 악재 속에서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수출주를 사들이는 이유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투자분석부 과장은 “외국인이 사들이는 종목은 수급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외국인 지분은 늘었지만 주가 상승이 더딘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옐로칩’과 중소형 실적 호전주에 군침=외국인들은 최근 지수 상승으로 매물 부담이 큰 대형주에서 눈길을 돌려 실적 개선이 뚜렷한 중소형 우량주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2일 LG투자증권에 따르면 주가가 바닥을 치고 상승한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시가 총액 3조원 이상 종목 중 외국인 지분이 1% 이상 늘어난 종목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시가 총액이 1000억원에서 3조원 미만인 중대형 종목 중에서는 33개 종목(순매수 규모 4877억원)의 외국인 지분이 1% 이상 늘었다.

LG투자증권 김중곤 연구원은 “주가가 전 고점에 이르기 전까지 하락폭이 크고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중대형 종목인 ‘옐로칩’이 유망하다”며 LG전선 INI스틸 제일모직 LG화재 파라다이스 등 5개 종목을 매수 추천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코스닥에서 지난해 코스닥 순매수 규모(8121억원)보다 많은 907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부분 △주가가 저평가됐고 △현금 자산이 많으며 △배당률이 높은 종목들이다.

대우증권은 우주일렉트로닉스 엠텍비젼 상화마이크로 우영 레인콤 아이레보 한국토지신탁 VK 빛과전자 등을 외국인 지분 증가와 주가 상승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꼽았다.

최근 한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스리킹덤스펀드’를 개설한 영국계 파비안픽텍&파트너스(FPP)의 파비안 픽텍 회장은 “한국의 중소형주는 가치평가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며 “이들 종목의 실적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밝혔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닥에서 실적에 따른 차별화가 진행 중”이라며 “반도체, 정보기술(IT)부품주 등 실적 중심의 종목별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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