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4]확 바뀐 GM대우-직원중시 경영 “분규는 옛말”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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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천자동차 부평공장의 칼로스 조립라인.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사장이 11일 GM대우의 대우인천차 인수를 시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후 조립라인 직원들의 손놀림이 더욱 경쾌해졌다. 사진제공 GM대우자동차
대우인천자동차 부평공장의 칼로스 조립라인.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사장이 11일 GM대우의 대우인천차 인수를 시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후 조립라인 직원들의 손놀림이 더욱 경쾌해졌다. 사진제공 GM대우자동차
《10일 오후 GM대우자동차의 전북 군산공장 대강당. 강당을 빼곡히 채운 직원 400여명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닉 라일리 사장이 강당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일제히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통역기를 집어들었다. 라일리 사장은 “군산공장에 총 4750억원을 들여 디젤엔진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에서부터 동행 취재했지만 “중요한 발표가 있다”는 귀띔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은 얘기였다.》

▽직원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라일리 사장은 “중요한 회사의 결정을 직원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알게 되는 것은 GM의 경영 방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공장에서 이미 한 차례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1450억원을 투자해 11월부터 차세대 경차(프로젝트명 M-200)를 생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두 공장의 강당에 모인 직원들은 사장의 깜짝 발표에 희색이 만연했다.

직원들의 반응을 좀더 알아보기 위해 군산공장의 조립 라인으로 향했다.

대형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완성이 덜 된 차체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조립 라인에서 부지런히 일손을 움직이는 직원들의 겉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수출 물량이 내수의 10배에 이르는 현실을 반영하듯 해외에서 각광받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차량들이 국내에서 사랑받는 검은색 또는 흰색 차량보다 훨씬 많은 것이 특히 눈에 띄었다.

사장이 밝힌 청사진 때문인지 직원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잔뜩 고무돼 있었다.

노동조합 군산지부 이선한 부지부장은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와 경영 계획 발표를 하는 것은 놀라운 변화”라며 경영진의 방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사간 신뢰 구축=라일리 사장의 ‘게릴라식 방문’은 이튿날인 11일 오전 대우인천자동차 부평공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6700억원을 들여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 승용차 2개 차종을 부평 제2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대우인천차 인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2년 전 GM이 대우차 인수 때 부평공장을 제외하면서 꼽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조의 강성 분위기. GM은 ‘노사 분규시간이 GM이 운영하는 세계 공장의 평균보다 적을 것’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추가로 부평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날 GM의 발표는 부평공장 직원들의 노력이 GM의 요구조건에 근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GM대우가 새로운 도약을 향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은 근로자들의 모습과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부평공장 승용2본부 조의형 대리는 “사장의 중대 발표를 들으면서 마치 중요한 시험에 합격한 것 같은 찡한 기분을 느꼈다”며 “부도와 정리해고로 상처 입은 직원들에게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창원·군산·부평=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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