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상품권-위스키 판매 급감…경기침체영향? 접대실명제 탓?

  • 입력 2004년 2월 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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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발표한 ‘접대실명제’ 여파로 지난달 백화점 상품권과 고급 주류 매출액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결과가 접대실명제의 영향보다는 경기침체로 시장이 축소돼 생겼다고 해석해 유통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세청은 9일 접대실명제 시행 한 달을 맞아 내수시장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롯데와 현대, 신세계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액은 전년 동기의 8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1월 중 위스키시장의 매출액도 지난해 1월의 76.7% 수준에 그쳤다.

국세청은 “두 상품의 매출은 작년 이후의 감소 추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접대실명제 실시 이후 감소세가 더 심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작년 상품권 매출액이 전년의 73.4%에 그친 데다 기업특판분이 58.8%로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올 1월 상품권 매출액 감소세는 지난해보다 완화됐다고 덧붙였다.

조성규(趙誠奎) 국세청 법인세과장은 “2002년 기준으로 민간소비 지출액 가운데 접대비는 1.3%인 데다 건당 50만원 이상 접대비는 0.6% 수준”이라며 “50만원 이상 접대비 지출액이 10% 감소하더라도 민간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0.0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의도가 깔린 해석’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A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상품권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2년 10월부터 ‘카드깡’ 수단으로 악용됐던 선불카드(PP카드)가 사라지는 등 상품권시장의 거품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이 제시한 자료만 보아도 2003년 12월에는 기업특판분이 전년 대비 16.6% 줄었는데 접대실명제가 발표된 올해 1월은 29.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접대실명제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류제조회사인 C회사 관계자도 “국세청에서는 설 연휴로 출고일수가 줄어 매출이 줄었다고 분석했으나 많은 회사가 올해 1월 판매량이 안 좋아서 설 직전까지 출고를 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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