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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5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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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 무선호출기(삐삐), CDMA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통신업계의 거인. 76년 역사와 세계 2위 시장점유율. 전통과 실력을 겸비했으나 한국시장에서는 퇴출 위기에 몰렸던 이 회사가 2004년을 ‘자존심 회복 원년’으로 삼았다.
▽애니콜에 밟힌 자존심=1995년까지 모토로라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70%였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10%도 안 되는 마이너브랜드였으나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광고카피와 디지털로의 빠른 전환으로 96년 점유율이 50%대로 뛰었다. 같은 해 모토로라 점유율은 10%대, 97년에는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아날로그 향수에 젖어 있던 모토로라는 2000년 5월 ‘스타텍’ 이후 히트 모델을 한 개도 못 내놨다. 소비자도 모토로라를 잊었다.
2002년 10월. 모토로라 본사 서열 4위인 한국인 진정훈 부사장(41)이 왔다. 그의 눈에 모토로라의 걸림돌은 다름 아닌 본사의 고루한 경영 원칙. 한국지사를 아시아지역본부 밑에 둬서는 변화무쌍한 한국시장에 대응할 수 없었다. 한국지사를 본사 직속으로 바꾸었다. ‘연예인은 광고모델로 안 쓴다’는 70년 된 원칙을 깨고 “정우성을 쓰겠다”고 본사에 통고했다.
▽“삼성 나와라”=올해 모토로라는 새 모델 15개를 정우성의 손에 들려 내놓는다. 명성 회복을 상징하는 ‘스타텍2’와 숫자판을 옆으로 돌려 여는 ‘스핀모토’, 자동차 경주장을 연상시키는 ‘쇼미모토’ 등 ‘모토로라답지 않은’ 튀는 제품군으로 올해 1500만대 신규시장에서 10% 점유를 노린다.
“휴대전화는 전화가 아니다”는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300만화소 카메라폰과 위성·지상파 DMB 전용 단말기, W-CDMA 전용 단말기 등 신규시장용 첨단 제품으로 멀찌감치 달아난다는 전략.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모토로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2년 16.3%에서 지난해 14.5%로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9.8%에서 10.8%로 증가했다. 세계 2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점점 줄어드는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벌리려는 모토로라. 누가 연말에 웃을지 주목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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