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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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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동네에서만 유통되는 지역 통화. ‘뜬 구름 잡는’ 발상처럼 들리지만 서울 마포구 성미산 일대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이곳주민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웃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
를 이루며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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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경제공동체=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포두레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5평 남짓한 생협 매장은 각종 유기농산물로 가득 차 있었다. 쌀라면 1개 950원, 오곡식빵 400g이 3000원, 생협우유 950mL가 2500원…. 가격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비싼 편. 하지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꾸준하게 단골을 늘렸다.
생협은 무엇보다 주민들을 묶어주는 경제공동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생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인당 3만원 이상 출자해 조합원이 돼야 한다. 조합원이 되면 이사장을 포함해 상무이사, 전무이사 등 12명의 이사를 뽑고 정관도 작성한다. 매 연말 정기총회를 열고 이익금은 조합원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일종의 주식회사인 셈이다.
2001년 70여명의 조합원이 만들었던 생협은 최근 650여명으로 늘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만든 조합=서울 마포구 성산 망원 연남 동교 서교동 일대 700여 가구가 처음 뭉치게 된 계기는 1994년에 실시된 공동 육아사업.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던 몇몇 엄마들이 모여 공동 육아를 시작했다.
공동 육아를 하다 보니 이번엔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고민됐다. ‘안전한 유기농을 먹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2001년 2월 경제공동체인 생협을 만든 것.
그 후부터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새로운 경제공동체가 속속 만들어졌다.
먼저 맞벌이 부부들이 반찬거리로 애를 먹자 전업주부 8명이 중심이 돼 2002년 5월부터 반찬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에는 각자 500만원씩 공동출자해 ‘동네부엌’이라는 점포를 열기도 했다. 이익금은 지역 주민과 공유한다는 게 원칙. 수익금 가운데 10분의 1은 항상 동네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여성들의 골칫덩어리가 ‘반찬’이라면 남성들에게는 믿을 만한 ‘카센터’가 필요했다. 80여명의 남성들은 10만원씩 모아 지난해 9월 ‘성미산자동차병원’ 조합을 설립했다.
진상돈 자동차병원 상임이사는 “동네 주민끼리 만든 카센터인 만큼 부품은 정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정비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포연대 김종호 위원장은 “앞으로 지역 화폐, 마을금고 등과 같은 경제 활동도 이뤄질 것”이라며 “이웃간 ‘믿음’이 없었으면 이처럼 다양한 경제공동체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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