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物회사 지점장 지점폐쇄 방침에 자살

  • 입력 2004년 1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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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물(先物)회사의 지점장이 본사의 지점폐쇄 방침을 통보받은 뒤 자살했다.

16일 금융계와 경찰에 따르면 외환선물 부산지점장인 K씨(44)가 15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K지점장의 웃옷 주머니에서는 ‘지점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 돼 투자자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외환선물 부산지점 관계자는 “회사측이 얼마 전 지점을 폐쇄한다고 통보해온 뒤 지점장이 매우 힘들어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개인고객이 많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외환선물 본사 관계자는 “본점에서 작년 5월부터 K지점장과 함께 부산지점의 영업 정상화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실적부진이 계속 쌓여 작년 말 지점폐쇄 결정을 내렸다”며 “본사 임원과 실무자가 부산으로 내려가 K지점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K지점장은 시중은행 등에서 근무한 뒤 개인 사무실을 차려 선물거래를 중개하던 중 2001년 4월 외환선물이 부산지점을 개설하면서 지점장으로 영입됐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따라 1999년 설립된 부산선물거래소 개장 이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선물회사들은 잇달아 부산에 지점을 개설했지만 최근에는 영업 부진을 이유로 지점을 폐쇄하고 있다.

12개 선물회사 가운데 7개 회사가 한때 부산에서 지점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외환선물을 포함해 4개만이 남아 있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부산지점은 개인투자자에게 영업을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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