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 안팎]재경부 '웃고' 한은 '울고'

입력 2003-12-11 17:46수정 2009-10-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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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대한 정책감사로 대표되는 감사원의 잇단 ‘강경 행보’가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감사가 금융정책 및 감독과 관련된 범(汎)정부 내 갈등구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금융정책 수립과 집행체계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조정기능이 취약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현 정부에서 과거 대통령경제수석실과 같은 정책조율기구의 역할을 감사원이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재정경제부와 금감위·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 체계를 놓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재경부는 카드사 부실의 근본 원인이 현행 금융감독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감위와 금감원은 재경부의 정책 부실 때문이었다고 맞섰던 것.

하지만 이번 ‘카드 특감’이 금감위와 금감원을 겨냥함에 따라 일단 재경부의 판정승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듯한 분위기다.

한은에 대한 감사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처음으로 한은의 통화신용정책과 외환정책 운용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기로 함에 따라 한은으로서는 ‘코너’에 몰리게 됐다.

가장 큰 ‘수혜자’는 재경부.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라고 하지만 실제 정책집행 기능이 없어 애를 먹고 있던 재경부로서는 감사원이라는 예상치 않은 원군을 만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취임 때부터 예측돼 왔다. 전 감사원장이 경제부총리 출신인 만큼 부처간 정책 조율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 감사원장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의 밀접한 관계도 감사원과 재경부간 ‘원활한’ 협조 가능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전 감사원장은 옛 경제기획원, 김 총리는 재무부 출신이지만 2002년 전 감사원장이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김 부총리가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보좌할 만큼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

한 재경부 공무원은 “전 감사원장이 정책 조율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다 현재 이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에서 최근 감사원의 부상(浮上)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지나치게 재경부를 두둔하고 나서 자칫 일방통행식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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