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實 카드사’ 감독 不實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

  • 입력 2003년 12월 6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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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정책감사의 첫 대상으로 카드사 부실의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선정한 것은 정부의 카드사 대책이 그만큼 허술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드사 문제는 올해 초부터 줄곧 금융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에 알맞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LG카드의 부도사태 위험까지 초래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금융당국의 감독체계상 혼선이 없었는지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정책감사 신호탄=이번 특감은 신임 전윤철(田允喆) 원장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감사원 정책감사의 방향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이 사전에 발견되지 않으면 감사에 착수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금감위 특감은 감독정책 수행과정에서 그만큼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미 예비조사에 착수해 1999년 이후 정부의 카드사 대책 자료 등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분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우선 현행 금융 감독체계가 효율적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전 원장은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정부개혁 작업을 추진하면서 금융감독 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으며 이 때문에 특감이 금융감독 당국의 구조조정 작업을 앞당기는 계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대통령직속기구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내년 총선에 앞서 정부개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제부처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를 감사대상에 포함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감사원 관계자도 “1차적인 특감대상은 금감위와 금감원”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의중 반영됐나=청와대 내에서는 “정책감사를 통해 감사원의 역할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특감 결정에 적잖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정책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금감위 등 정부 부처에서 카드사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막상 노 대통령이 LG카드 부도위기 소식을 접했을 때는 무척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감위에서 즉시 보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조기경보 기능에 빨간 불이 켜졌고 사태가 확산된 뒤에서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부랴부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문제는 LG카드 1차 부도 위기를 11월 초에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는 데도 청와대가 이를 알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청와대와 재경부, 금감위 등부처간 정책 조율 작업에도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났음을 시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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