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M&A시장을 잡아라"…伊 에넬등 대형 거래 잇따라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50분


코멘트
유럽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유럽에서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JP모건 본사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럽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유럽에서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JP모건 본사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럽의 인수합병(M&A) 시장을 공략하라.’

세계 M&A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대형 M&A 거래가 잇따르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M&A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 호황이던 2000년 2조9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1000억달러로 급감한데 이어 올해는 9월 말 현재 1조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대형 M&A 거래가 이어지면서 M&A 시장이 가장 먼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국영 전기회사 에넬의 주식 250억달러 어치를 매각했으며, 영국 에너지회사 BP는 러시아의 에너지 회사 TNK를 8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탈리아 통신업체 올리베티는 443억달러에 이탈리아텔레콤을 인수했고, 프랑스텔레콤은 77억달러에 이동통신업체 오렌지를 인수했다.

유럽 기업들은 특히 최근 미국 기업과의 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종합식품회사 네슬레는 미국의 드라이어스 그랜드 아이스크림과 합병했다. 합병금액은 28억달러.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영국의 BAE시스템스는 미국의 보잉 또는 록히드마틴과의 합병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M&A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비핵심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대형화를 통해 수익기반을 넓히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

적대적 M&A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적대적 M&A는 14건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 13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의 M&A 규모는 9월 말 현재 4222억달러에 달해 전세계 M&A 시장의 41.3%를 차지하며 미국을 앞질렀다.

유럽 M&A 시장의 급성장은 세계 투자은행업계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유럽에서 2건의 대형 M&A 거래를 중개하면서 올 들어 9월까지 M&A거래 중개규모 기준 투자은행 순위에서 골드만삭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메릴린치는 작년에 7위에 올랐다.

메릴린치는 이탈리아 통신업체 올리베티의 이탈리아텔레콤 인수를 위한 재정자문사 역할을 맡은 데 이어 프랑스텔레콤의 오렌지 인수 거래도 중개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는데도 유럽 M&A시장에서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작년 6위에서 올 9월에는 8위로 떨어졌다.

이처럼 유럽이 투자은행간 우열(優劣)을 가르는 시장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은행들은 앞다투어 인력을 다시 늘리며 유럽에서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 유럽에서 820억달러 규모의 M&A 거래를 중개한 씨티그룹의 마이클 클라인 유럽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씨티는 현재 유럽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인수합병(M&A) 중개실적 상위 10대 투자은행
순위회사M&A 중개 규모건수
1골드만삭스1420억달러 91
2라자드1300억달러 94
3메릴린치1260억달러 57
4JP모건체이스1200억달러121
5씨티그룹 820억달러 75
6UBS 780억달러 92
7모건스탠리 670억달러 76
8로스차일드 610억달러104
9CSFB 580억달러 97
10리만브러더스 570억달러 48
※11월 6일 현재
자료:금융시장 전문 조사기관 딜로직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