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카드債 대란 재연될수도”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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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단과 LG카드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카드업계의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1일 오후까지 진행된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의 연쇄접촉 흐름을 종합해볼 때 일단 당장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만약 이번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할 경우 자칫 과거 ‘대우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파가 금융시장에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투신권의 자금이 하루에도 2조원 이상 빠져나가고 21일 오후 LG카드의 현금서비스 일시중단과 1차 부도 위기까지 발생하자 금융권의 불안심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카드사 문제는 발급 카드 수가 1억장에 달하고 카드채(債)의 상당수를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일반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제조업체 부도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다.

▽투신권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투신권에서의 자금이탈을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당국은 이를 카드채 문제와 연결하는 것을 경계한다. 금융감독원 신해용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투신권 자금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이며 내년에 강화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제도 때문에 미리 돈을 빼자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카드사 위기로 인한 영향도 없지는 않지만 올 3월 같은 카드채 대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은 좀 다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유정석 팀장은 “현재 투신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채권단과 LG그룹이 LG카드 지원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동원BNP투신운용 사장은 “만약 LG카드 지원책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환매사태가 재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는 대우에 버금갈 것”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LG카드를 끌고 가야한다”고 시장의 긴박한 정서를 전했다.

▽금융권 및 가계에 전반적인 파장 예상=만약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당장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 미칠 부담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선 올 1∼9월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줄어든 데는 신용카드 부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22조원에 이르는 LG카드의 채권액이 부실화되면 은행권의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

카드사 문제는 할부금융사나 소매금융 분야로 확산되면서 가계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백경호 국민투신운용사장은 “카드채는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로 증권사 창구에서 개인에게 많이 팔았다”며 “문제가 생기면 개인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간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올 3월 카드 유동성 위기 때만 해도 하반기에는 카드업계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LG카드가 이번에 채권단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카드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내년 하반기쯤 영업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금융시장을 계속 억누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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