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 쪽은 줄소환, 받은 쪽은 구경꾼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코멘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것을 시작으로 기업 총수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정경유착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다. 다만 검찰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신속하게 수사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돈을 준 기업의 총수가 줄줄이 소환되는 마당에 정작 받은 쪽인 정치권은 그 흔한 성명이나 논평 하나 내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다. 정치적 여당을 자임하는 열린우리당은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하겠다고 몇 차례나 공언해 놓고도 발을 빼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개 안 하는데 자신들만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역공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핑계다.

한나라당은 SK비자금 사건 당사자인 최돈웅 의원과 당 재정실무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요구를 기피하는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연일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폭로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근거있는 폭로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기피해서는 ‘물타기’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치권이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선자금의 규모와 입출금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우리당은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한 창당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대선자금 공개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은 당장 검찰 수사에 능동적으로 응해야 한다. 그래야 특검의 명분도 산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정치도 경제도 ‘검은돈’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런 때에 돈을 준 기업총수는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데 돈을 받은 정치권은 구경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국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