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쇼크' 일단 진정세…증시파장 크지 않을듯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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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터진 국내 악재 어디까지 가나?’

대기업 비자금 수사 등으로 19일 급락했던 증시가 20일 다소 진정세를 보이면서 이들 악재의 영향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낙폭이 줄어 2.25포인트 하락한 769.45로 마감됐다. 검찰 수사의 충격으로 급락했던 LG그룹주는 일부 반등했거나 하락 폭이 감소했다. 증시는 이날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 소식에도 비교적 덤덤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 비자금 사건 수사의 경우 증시에 영향력이 큰 대기업이 대부분 거론되고 수사 강도 역시 높다는 점에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 문제의 ‘파괴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대기업 관련 주요 사건에서 증시는?=증시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증시에 미칠 영향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으로 주가가 19일 9.85% 떨어졌던 LG홈쇼핑은 20일 3.27% 오르며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도 전날 12.05% 하락에서 소폭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과거 증시를 살펴보면 19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재벌 총수들이 형사처벌 됐을 때도 악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99년 한진그룹의 세무조사, 올해 초 SK의 분식회계 사건 등의 파장 역시 단기에 그쳤다.

다만 증시에서는 대기업의 회계 투명성 및 재무 데이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이런 문제는 관행처럼 굳어져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며 “한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비자금 수사는 기업 투명성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대형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수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 기조의 변화까지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도 이날 시황보고서를 통해 증시 추세는 대기업과 관련된 문제보다는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좌우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더 큰 폭발력 지닌 카드사 처리문제=증시는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험에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LG그룹주의 전날 급락은 검찰수사보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더 큰 영향을 줬다는 것.

증시전문가들은 신용카드사의 자금난이 당분간 주식시장을 억누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는 있겠지만 경기침체로 연체가 쌓이고 있어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

동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누적된 부실자산 부담이 큰 데다 새로운 부실이 계속 생기고 있다”며 “정상화되기까지 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LG카드와 외환카드 주가는 각각 10.71%, 14.91% 하락했다.

카드채 거래도 재개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카드 위기 이후 중단됐던 카드채 거래는 3개월 전부터 만기 1년 미만 삼성카드채를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이뤄졌으나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열흘 전부터 이마저도 중단됐다.

한국투자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채권은 기대감만으로는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당분간 카드채 거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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