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외환은행장 전격 퇴임…노조 반발 이사회 저지

  • 입력 2003년 11월 3일 17시 50분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의 이강원(李康源) 행장이 취임 1년6개월여 만에 전격 퇴임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로 새 경영진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3일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려 했으나 노조가 행장실과 회의실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이사회를 열지 못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외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정상화 기반을 다진 만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 행장은 이사회에서 공식 사임한 뒤 이날 오후 4시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간부 등 40여명의 노조원들이 행장실로 몰려와 이 행장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사회는 결국 무산됐다.

노조는 이 행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 무성했던 행장 교체설이 외자 유치가 완료된 직후 사실로 확인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대주주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장실을 점거한 노조는 론스타와의 대화를 요구했지만 론스타측은 “대주주로서 밝힐 것이 없으며 앞으로 경영계획은 신임 경영진을 통해 얘기하겠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김지성(金智聖) 노조위원장은 “행장 퇴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론스타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이상 지속적으로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대주주와 노조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론스타는 이날 이사회에서 이달용(李達鏞) 부행장을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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