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정씨 “1만원만 모이면 통장에… 두딸 대학보내”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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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0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는 중풍으로 6년간 병석에 누워 있다 숨진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저축을 생활화한 김재정(金在貞·62·여·서울 관악구 신림8동)씨가 최고상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개인통장 20개, 두 딸 등 가족 통장을 합해 36개의 통장을 갖고 있다는 김씨는 “1989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파출부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돈이 1만원 이상 모이면 무조건 은행에 저축했다”면서 “이 저축을 토대로 두 딸을 대학에 보내고 2000년에 자그마한 한식당을 차려 생활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장을 많이 만든 것은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며 이 훈장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준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탤런트 박용식(朴容植·57)씨는 “80년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과 닮은 외모 때문에 방송출연 길이 막힌 뒤 12년간 방앗간을 열어 참기름을 짜서 팔던 때에 나를 버티게 한 것이 바로 저축”이라며 “한탕주의가 만연한 요즘 나처럼 ‘미련한 사람’이나 저축하겠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저축만이 믿을 수 있는 보루”라고 말했다.

또 이날 방카쉬랑스 도입에 기여한 박승배(朴承培·49) 한국산업은행 방카쉬랑스실장은 철탑산업훈장을, 청소년의 저축 생활화에 기여한 KBS 김병찬(金炳燦·39) 아나운서와 MBC 박나림 아나운서(29)는 각각 국민포장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380명의 저축 유공자가 훈장과 포장, 표창을 받았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한국 국민이 2∼3년간 소비를 과도하게 늘려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가계부문의 재무 상황이 취약해졌으며 일부 계층에서 과시적 소비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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