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 르포]호가 꿈틀…눈치보기 극심…

  • 입력 2003년 9월 3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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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주택시장 안정 대책 발표 직후 급락했던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2단지. 동아일보 자료사진
9·5 주택시장 안정 대책 발표 직후 급락했던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2단지. 동아일보 자료사진
‘9·5 주택시장 안정 대책’ 발표 직후 급락했던 서울 강남 지역(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30일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9·5대책 직후 나왔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呼價) 하락세가 꺾인 가운데 일부 단지의 호가는 9·5대책 직전 수준을 넘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극심한 눈치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매도자가 매수자를 가장하거나 매수자가 매도자를 가장해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시세를 교차 점검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개업자들은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호가가 조금씩 오르는 양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지별 명암 엇갈리는 강남구=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6억7000만∼7억2000만원 선에서 호가가 나오고 있어 좀처럼 9·5대책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4평형도 7억8000∼8억2000만원 선의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E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주변 27개 중개업소에서 9·5대책 이후 5, 6건가량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실아파트 31평형의 호가는 6억8000만원으로 9·5대책 직후에 비해 2000만∼3000만원가량 회복된 수준. S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포주공아파트는 13평형 기준으로 9월 초 5억7000만∼5억8000만원에서 한때 4억9000만원까지 밀렸다가 30일 현재 5억3000∼5억5000만원 선으로 회복했다.

▽보합세 이어지는 서초구=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22평의 경우 9월 초 6억5000만원 선에서 6억1000만∼6억2000만원 선으로 빠진 뒤 거래 없는 호가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타격이 컸던 반포주공3단지는 16평형 기준으로 7억8000만원에서 6억4000만∼6억5000만원 선까지 호가가 밀려난 상태. 반포한신 1, 3차 아파트도 평형별로 2000만∼3000만원가량 떨어진 수준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인근 H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는 평형별로 적으면 한두 건, 많으면 네댓 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흐렸다 갠 송파구=재건축 대책 발표 직후 평형별로 2000만∼4000만원씩 밀려났다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주공, 가락시영아파트 등 이 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9·5대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지 않았다. 잠실주공아파트는 대책 발표 이전에 사업승인을 신청했거나 승인을 받았고 가락시영아파트는 소형 평형이 주종이어서 소형 평형 의무비율 확대 적용의 타격이 적었다. 잠실주공아파트 인근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10월부터 적용되는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 조치를 피하기 위해 최근 하루 수십 건의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락시영아파트 주변 ERA공인 박옥희 사장은 “17, 19평형의 호가는 거의 회복됐고 13, 15평형도 더디지만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말했다.

▽꾸준한 회복세 보이는 강동구=정부 대책 발표 직후 4억원까지 떨어졌던 둔촌주공 2단지 16평형은 4억3000만원까지 반등했다. 이 아파트 22평형도 한때 6000만원가량 떨어진 5억4000만원이었으나 30일 현재 5억6000만원.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강동 지역은 강남과 달리 소액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정부 정책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았으나 5000만∼6000만원씩 급락했던 시세가 절반 이상 회복됐다”고 말했다. 고덕주공아파트도 9월 한 달 동안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예전 시세에 접근해 가고 있다. 8월 말 4억8000만원을 웃돌던 고덕주공 1단지 13평형은 9월 한 달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현재 4억6000만원까지 반등했다.

강남지역 구별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추이 (단위:만원)
아파트평형평균시세
9월4일9월19일9월26일
강남구개포주공1단지1144,00041,50041,500
대치은마3172,50067,50069,500
3482,50075,50080,000
서초구반포주공1단지2264,25061,00062,000
반포주공2단지1866,00064,00061,500
2584,50081,50079,500
강동구둔촌주공2단지1646,00040,00043,000
2260,00054,00056,000
고덕주공1단지1348,00045,00046,000
송파구가락시영2차1341,00039,00040,000
잠실주공3단지1548,00046,75048,500
1767,50067,00069,500
잠실주공4단지1761,50061,50063,000
자료:부동산114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

“이제 주택정책만으로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을 잡을 수 없다.”

‘9·5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안 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과 저금리에서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이 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단순히 주택정책만으로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400조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이 기업 쪽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정희수 교수는 “주택 수요를 잡는 데 초점이 맞춰진 주택시장 안정대책만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고질화된 강남시장 가격이 안정되기 어렵다”며 “금융과 교육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강팔문 과장도 “이 같은 지적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이제부터라도 금리 상향 조정과 부동산담보대출 한도 축소 등과 같은 금융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급 확대나 수요 분산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거환경연구원 김우진 소장은 “강남에 몰리는 수요를 고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강남지역의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바닥 총면적의 비율)을 대폭 높여 주고 강남지역 인근에 신도시를 조성하라”고 제안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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