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 비상]“연말엔 1100~1130원까지 떨어질듯”

  • 입력 2003년 9월 28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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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터져 나온 환율쇼크가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원화환율이 어디까지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에 1100∼1130원까지 환율이 떨어지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아져 원화환율이 1100원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화환율 계속 떨어진다=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에는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새로 임명된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상이 “G7 재무장관 성명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환율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해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의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방위 압력’을 고려할 때 일정한 수준의 엔화 환율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G7 ‘환율공세’의 최대 표적인 중국의 위안화는 고정환율제(페그제) 때문에 환율 자체는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되 위안화의 상하 변동 폭을 다소 늘리는 수준에서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역시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 등 ‘환율 조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 1월을 기준으로 현재 대 달러 유로화는 25.3% 평가 절상됐으며 같은 기간에 16.9% 절상된 엔화, 11.6% 절상된 원화 등도 유로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절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율시장 방어 의지를 강하게 밝힌 한국 정부의 관심도 실제로는 하락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하락 속도를 조절해 기업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데 집중돼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崔熙甲) 수석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더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 미국 경제 역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최근의 ‘환율쇼크’같은 급작스러운 충격은 당분간 없겠지만 약세화 자체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얼마까지 떨어질까=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조만간 대 달러 원화 환율 1150원선이 깨지고 그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실제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조금씩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나 민간연구소들은 현재 1150원 수준인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1100∼1130원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LG투자증권은 환율쇼크 직후 연말 환율을 종전 1160원대보다 4% 낮은 1120원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말 예상치도 1050원으로 당초 전망보다 5%가량 낮췄다. 동원증권은 이보다 다소 높은 1130∼1170원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경제연구소는 올 연말에 1148원으로 떨어지고 내년 3월 말에는 1133원으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로화의 평가 절상폭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7∼12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5원, 내년 평균은 1110원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은행 외환팀의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엔화 강세기조가 유지되면서 원화도 따라서 강세를 보이겠지만 일본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대 달러 원화 환율의 하락폭은 엔화 환율 하락폭에 비해서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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