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KGI증권 마이클 창 "한국사업 확장 당분간 못할것"

  • 입력 2003년 9월 4일 17시 46분


코멘트
“KGI증권 대만 본사의 한국사업 확장 계획은 유보될 것이다. KGI증권을 통해 한국 사업을 일단 테스트해 본 것인데 그 결과가 이렇지 않으냐.”

최근 50여일간에 걸친 노조의 파업 사태를 겪은 KGI증권의 마이클 창 사장(39·사진)은 3일 밤 사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GI증권은 대만 3대 그룹의 하나인 쿠스그룹이 51%의 지분을 가진 외국계 기업으로 창 사장도 대만 출신이다.

그는 처음에는 조용한 말투로 시작했으나 점차 대화가 진행되면서 감정이 격해지는 듯 자주 얘기를 멈췄다.

“2005년경까지 한국 사업을 상업은행, 투자은행, 보험, 자산운용, 뮤추얼펀드 등의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한국의 노사현실이 이런 줄 알았다면 사업 확장을 두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200번은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본사의 입장이다.”

창 사장은 지난달 27일 “노조의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주한 외국기업들의 파업과 직장폐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임 결정은 노조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노조원들 가운데도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이에 대해 그는 “사임 결정은 노조에 대한 항복도, 타협도 아니다”면서 “파업으로 비(非)노조원들의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어 전 직원이 추석 명절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KGI 파업사태의 최대 쟁점은 실적부진에 따른 7개 지점 폐쇄. 노조측은 “실적이 나쁜 것은 일부 경영진의 책임이기도 한데 왜 직원들만 나가야 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창 사장은 “지점 폐쇄가 아닌 통합이며, 직원 해고가 아닌 재배치”라며 “적자가 누적되는 점포를 계속 운영한다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지점통폐합은 파업사태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며 이달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증권가에서 선물 트레이더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15년 넘게 활동해온 창 사장은 “회사를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위주로, 생산성 위주로 바꾸려고 했는데 과거의 경영방식에 익숙한 일부 직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대만 본사를 방문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본사의 반응을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최고경영진은 그냥 듣기만 했다”면서 “한국의 노사현실을 일단 알게 된 이상 후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