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수사결과]김영완씨, 수차례 돈세탁 300억 주물러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35분


코멘트
검찰은 3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뇌물수수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박 전 장관에게 현대비자금 150억원이 전달된 경위와 돈세탁 과정, 이후 보관 상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자금을 관리했던 김영완(金榮浣·미국 체류 중)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더라도 박 전 장관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박 전 장관에게 150억원을 직접 건넨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처리는 “계속 검토 중”이라며 미루고 있어 묘한 ‘뒷맛’을 남겼다.

▽돈 전달 및 세탁·보관=검찰은 현대비자금 150억원이 ‘김재수(金在洙) 현대구조조정 본부장→이 전 회장→박 전 장관→김씨’ 순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으로부터 돈세탁 부탁과 함께 돈을 건네받은 김씨는 부하직원인 임모씨 등을 통해 도용된 계좌와 차명계좌 등을 이용, 이 돈을 10억, 40억, 50억, 50억원의 네 뭉치로 나눠 은행과 보험사, 사채시장에서 돈세탁을 했다는 것. 먼저 뭉칫돈을 수표로 나눈 뒤 진성어음과 국민주택채권 등을 수십 차례 사고 판 뒤 현금과 주식, 채권 등으로 보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150억원 가운데 30억원은 수십 차례에 걸쳐 박 전 장관에게 현금으로 전달됐고, 나머지는 김씨가 유동자산으로 보관 중이다.

검찰은 특히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에서 넘어온 ‘150억원+α’ 사건의 ‘α’는 60억원 정도였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 규모가 30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700여개에 이르는 김씨 주변 계좌에 대한 광범위한 추적 및 수표 배서자와 사채업자, 현대 관계자는 물론 돈 전달 장소인 P호텔 직원까지 200여명을 조사해 얻어낸 성과라는 것이다.

▽이익치는 왜?=그러나 박 전 장관은 “돈을 받았다는 장소에서 이 전 회장을 만난 사실조차 없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서울 P호텔 22층 주점 룸의 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평소 물건을 받을 때 두 손으로 받는다는 것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장관을 제외한 관련자들의 진술과 그동안의 수사 결과가 일치하는 만큼 박 전 장관의 ‘배달사고’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150억원 뇌물 공여자인 이 전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을 미루는 배경은 석연치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견해다. 그에 대한 선처를 통해 박 전 장관의 공소 유지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