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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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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팬티의 앞섶을 열려면 구멍이 반대편에 나있어 쩔쩔맨다. 차의 시동을 켜고 기어를 변속하는 것도 오른손으로 해야 한다. 컴퓨터를 쓸 때 가장 많이 누르는 ‘엔터’키도 오른쪽에 있고, 마우스도 오른손잡이가 집게손가락으로 클릭하기에 편하게 되어 있다. 대학의 강의실 책상은 팔걸이가 왼손잡이에게 불편하게 되어 있다. 왼손용 가위, 손목시계, 깡통따개, 기타, 야구글러브, 골프채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런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왼손잡이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률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20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왼손잡이용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조세감면혜택을 받게 된다.
정 의원측은 “장애인, 임산부, 노인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률에 왼손잡이의 편의 증진 조항을 추가해 5월에 법안을 접수했으나 법체계가 안 맞아 왼손잡이를 위한 별도의 법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학교와 군대에서 왼손잡이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데도 기업이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왼손잡이용 물품 생산을 기피하고 있어 법안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왼솝잡이용품 쇼핑몰 왼손나라(www.leftland.com)를 운영하는 김대곤 대표는 “국내에서는 왼손잡이용품이 거의 생산되지 않아 대부분 중국 등 수입품을 판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품 가운데는 별로 없지만 외국 제품 가운데에는 왼손잡이를 배려한 제품이 꽤 많다. 일본 가전회사인 JVC는 2년 전부터 양손잡이용 디지털 캠코더 DVP 시리즈를 내놓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제품은 손잡이 끈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손으로나 잡고 촬영을 할 수 있다.
왼손잡이 웹사이트(www.lefthand.or.kr)를 운영 중인 광주보건대 강미희 교수는 “세계적으로 10명 중 1명이 왼손잡이지만 국내 왼손잡이는 여러 조사를 종합해 볼 때 5∼8%로 추정된다”며 “왼손잡이 중에는 천재가 많아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괴테, 뉴턴, 베토벤, 아인슈타인, 채플린, 피카소, 마릴린 먼로, 빌 게이츠, 이승엽이 왼손잡이다. 미국에서는 왼손잡이인 레이건, 부시(아버지), 클린턴, 부시(아들)가 연이어 대통령을 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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