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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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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분위기를 북돋운 것은 2년5개월 전 해고됐다 복직된 416명의 반가운 동료들이었다.
기자들 앞에 선 복직자 강모씨(35)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혔다.
“일용직으로 떠돌며 온갖 설움을 겪으면서 회사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해고된 뒤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던 권모씨(41)의 하루 일당은 2만3000원. 그나마 동종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권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해도 월급은 1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복직자는 근속수당 등을 받지 못하지만 “이제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행복해 했다.
사흘 뒤인 21일. GM대우와 대우인천차 두 회사의 종업원으로 구성된 ‘대우차 노조’는 파업을 결정했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에 요구한 ‘기본급 24.34%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이 동결됐던 4년 동안의 물가상승분(11.54%)은 보상해 줘야 한다”며 “이를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1999년 이후 임금이 동결되다 보니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기본급은 2002년 현재 82%로 떨어졌고 시간외수당 등을 포함한 연봉은 2000만원 이상 적다는 것.
한때는 한 울타리 안에서 살던 동료간에 현실인식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한쪽은 해고자, 다른 한쪽은 ‘살아남은 자’였다는 데 있다.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복직자는 ‘망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세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는 그렇지 않다. 이번 파업 찬반투표에서도 GM에 인수되지 못한 부평공장의 파업 찬성률은 60%대인 반면 GM에 인수된 창원과 군산은 90%를 넘었다.
문제는 복직자의 눈높이가 더 현실적이라는 점. 아직 대우차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평공장은 GM대우의 인수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GM대우는 ‘노사 평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노조에 묻고 싶다.
1999년 이후 법정관리 등을 거치는 동안 공적자금이 2조원 이상 투입됐으며 아직 적자인 대우차 직원 임금을 연간 이익이 수조원인 현대차와 비교하는 게 온당할까. 대우차 노조가 파업을 거론할 처지인가. 회사의 정상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것이 자신을 구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아직도 복직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동료 1000여명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아닐까.
이나연 경제부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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