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책임공방에 긴장]"예우 갖춰 조사했는데" 검찰 가슴앓이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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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로 인한 역풍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사망 하루 전까지 정 회장을 상대로 현대측이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했는지를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이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한 관계자는 “수사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 데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정 회장 장례식 때까지 수사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지켰으며 수사 내용도 정 회장 자살에 원인을 제공할 만한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선 검찰은 정 회장을 소환해 특조실이 아닌 검사실 옆방에서 조사하면서 변호인이 수시로 입회하거나 접견했기 때문에 강압 수사라는 말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 회장이 심리적으로도 매우 안정된 상태를 보여 검찰 조사 도중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한 어떤 정황이나 단서를 보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회장 사망 원인과 관련한 책임 공방이 국내 정치권과 인터넷뿐만 아니라 북한에서까지 벌어지면서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논란의 불똥이 검찰로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 사망을 두고 정치권 등이 제 각각의 입장에서 책임론을 펴고 있지만 각종 논란이 현대 비자금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 회장 사망에 대한 책임 공방은 주로 특검제 도입 및 실시를 두고 벌어졌으나 앞으로 이 논란이 검찰 수사를 흔들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정 회장의 사망으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치권 등의 책임 공방에 의해 이 사건이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처럼 정치 쟁점화하면 수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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