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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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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부진한 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애써 이 땅에서 돈 되는 사업을 찾기가 싫다는 겁니다. ‘골치 아픈데 그냥 해외 나가지’ 하는 경영자들이 많습니다.”(현명관·玄明官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의 기업 경영자들은 한국 사회에 반(反)기업 정서가 심하고, 정치 사회 등 기업 환경이 불투명해 기업하려는 의욕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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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경제부가 7월 29일∼8월 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및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공동 주최 ‘하계 경영자 포럼’에 참석한 기업 경영자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9%가 한국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심하다고 답했다. 그 가운데 17.4%는 ‘아주 심하다’고 답했으며 별도로 “현 정부 들어 심해지고 있다”고 적어 넣은 경영자도 있었다.
한국에서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장애로는 노사 문제가 62.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정치 사회 등 불투명한 기업 환경(53.5%), 인건비 자재비 등 각종 비용 상승(37.9%), 정부의 여러 가지 규제(30.2%)를 꼽았다. 응답자의 절반가량(54.9%)은 앞으로 3년 안에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노조 등 이익집단 갈등’(75.9%)을 들었고,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데 가장 시급한 것 역시 ‘노사관계 안정화’(61.2%)라고 답했다.
김영수(金榮洙) 중기협 회장은 “한국 사회에는 은연중에 돈 있는 사람, 기업하는 사람을 ‘도둑놈’처럼 생각하는 정서가 강하게 배어 있다”면서 “중기협 조사 결과 기업인의 80%가 사업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용태(李龍兌) 삼보컴퓨터 회장은 “한국인은 남보다 잘 살고 싶은 욕구, 잘 나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면서 “이것이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나타나야지, 남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문화로 나타나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답이 50.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치·정부·사회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37.5%), 학교 및 사회에서 기업의 중요성과 역할 교육 및 홍보(11.6%)순.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정경유착 등으로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전경련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책임)를 실천하기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귀포=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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