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선처호소 '검은돈 폭탄발언' 사전차단 의혹

입력 2003-06-24 18:37수정 2009-09-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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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당한 김영완씨(50·해외체류)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사주한 자신의 운전사 김모씨(40)를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운전사 김씨는 범행모의 과정에서 “내가 일하는 집에 현금만 10억원이 넘게 보관돼 있다. 부정한 돈이어서 강도를 당해도 신고를 못 한다”며 사주한 인물.

따라서 도난당한 돈의 성격이나 출처를 상당 부분 알고 있던 운전사 김씨가 모종의 협상을 김영완씨측에 제의했거나 김씨가 재판과정에서 ‘폭탄발언’을 할 것을 우려한 김영완씨가 미리 손을 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는 강탈당한 돈과 무기명 채권 등이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검은돈’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본보가 24일 입수한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재판부는 운전사 김씨에 대해 ‘동종 전과가 없고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로 얻은 이득이 없으며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등의 정상 참작’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김영완씨 집에는 2명의 운전사가 있었으며 2000년 6월부터 1년간 일한 김씨가 주로 김영완씨와 함께 다녔고 다른 운전사는 김씨의 부인 등 가족을 태우고 다녔다고 경찰은 밝혔다.

따라서 김영완씨가 검은돈을 주고받던 현장에 운전사 김씨가 동행했던 일이 많기 때문에 돈의 성격이나 출처를 어렴풋이 알고 있던 김씨의 입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처를 호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영완씨는 운전사들에게 철저한 보안을 강조했으며 조금이라도 보안에 느슨한 사람은 가차 없이 그만두게 했다. 당시 2년 사이에 그만둔 운전사가 7명이나 됐다”는 수사 관계자의 설명도 강탈당한 돈이 부정한 거래와 관계가 있으리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더욱이 김영완씨는 범인 권모씨(38) 등 강도사건에 가담한 4명에 대해서도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및 진정서를 제출하는 ‘이상한’ 행동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신고된 피해액은 현금 7억원, 5만달러(약 6500만원), 350만엔(약 3400만원), 100만원권 수표 24장, 국민주택채권 336장, 고용안정채권 15장, 증권금융채권 194장, 등기권리증 1권, H골프회원권 등 모두 100억원대.

특히 고용안정채권과 증권금융채권은 지하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발행된 것으로 실명확인이 필요 없어 ‘묻지마 채권’이란 별칭까지 붙어있다.

‘묻지마 채권’은 돈세탁용이거나 부유층의 상속증여를 위해 동원되는 단골메뉴로 통한다. 이 때문에 1998년 발행 당시 시중 금리가 연 20%를 넘는데도 연 6.6%에 불과한 이 채권을 상당수 재력가들이 무차별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부동산 투자를 위해 채권을 구입했다”고 밝혔으나 채권의 특성상 이 같은 진술은 설득력이 없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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