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파업 이모저모]"결국 강행…" 농성장 격앙 허탈

  • 입력 2003년 6월 20일 0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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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신한금융지주로의 조흥은행 매각을 승인한 19일 밤 서울 중구 조흥은행 본점 주변의 상황은 시시각각 급박하게 돌아갔다.

노조 " 앞으로 더 강력한 투쟁

조흥은행 노동조합원 7000여명이 본점 건물에서 이틀째 밤샘농성을 벌인 가운데 조흥은행 본점 인근의 은행연합회관에서는 이날 밤 11시반부터 김진표(金振杓) 재경부총리, 이용득(李龍得) 금융노조위원장,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 최영휘(崔永輝) 신한지주 사장, 이인원(李仁遠)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5자회동을 갖고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파업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흥은행 허흥진(許興辰) 노조위원장은 공자위 발표 직후 이남순 위원장과 이용득 위원장을 만나 노조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김 부총리와 이용득 위원장, 최 사장 등 3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 3차례에 걸쳐 회동을 갖고 서로 의견을 조율했다.

노정간의 대화와는 별도로 조흥은행 노조는 은행 전산시스템 가동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 계획을 20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2조7200억원의 매각 가격은 완전히 헐값 처분이자 대(對)국민 사기극”이라며 “전산센터에 남아 있는 인력 41명 중 정규 직원 25명을 철수시키면 전산시스템 가동은 중단되므로 전산 다운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9시20분경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매각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농성장에는 격앙과 허탈감이 교차했다.

한 30대 노조원은 “전산 기능을 멈춰서라도 정부에 우리의 투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한 임원은 “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지주간의 협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파업을 계속 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느냐”면서 “이젠 합병 이후의 실리를 찾아나갈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객들 점포 곳곳서 발동동

한편 이날 하루 노조원이 자리를 비운 전국의 조흥은행 지점 앞에서는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무역업체 직원 이모씨(34·여)는 “오늘까지 회사 어음을 결제해야 하는데 주변 점포가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겨우 찾아낸 창구에서도 3시간이나 기다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문을 열지 못한 점포는 모두 179개로 전체 476개의 37.6%에 달했다. 개점한 점포도 인력 부족 등으로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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