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곤두박질]성장률 2%대 장기불황 유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나타난 각종 경제지표는 ‘장기(長期) 불황’의 가능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처럼 사회적 불안이 계속되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올해 안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한국경제의 위기국면’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예상보다 더 나쁜 4월 지표=산업활동 동향은 일정기간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현장의 실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물지표다. 이들 지표가 4월에 대부분 곤두박질쳤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수출이 6.7% 증가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을 모면했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다. 성장 동력(動力)인 설비투자는 3월에 다소 회복됐다가 4월 들어 다시 ―4.2%로 떨어졌다.

박재하(朴在夏)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부터 조짐이 있었지만 4월의 실물지표 둔화폭이 생각보다 크다”고 진단했다.

▽연내 회복 쉽지 않을 듯=올해 안에 한국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성장을 뒷받침해 온 수출은 5월 들어 20일까지의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나 줄었다. 또 5월에는 휴일이 많아 조업일수가 적고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파업도 영향을 미쳐 ‘5월 중 산업활동지표’는 4월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4분기 성장률은 잘해야 2%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해 전체 성장률도 연초에 정부가 예상했던 5%대는 물 건너간 셈이다. 4%대 달성도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동철(曺東徹)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2·4분기에 3%대 성장률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이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상(崔浩祥)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호전되고 정부의 재정금융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가정 아래 3·4분기 성장률은 3%대 초반, 4·4분기 성장률은 3%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승(金基承)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내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워 경기곡선이 L자형이나 U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제 외적 불안요인부터 없애라=금리인하 추경편성 등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 처방은 이미 다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연내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더 추락한 것은 경제 자체 요인보다 사회불안, 정책혼선 등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처방도 이런 불안 요인을 없애주는 게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조 팀장은 “경제분석과 전망을 할 때는 경제주체들이 정상적인 투자 및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질서가 유지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이 전제가 무너지면 시간이 지나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이라는 5%대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경제전문가들의 현 경제 진단 및 전망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호상(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4월 지표 평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	예상보다 하락폭이 크다	연초 예상보다 좋지 않다	예상보다 나쁘다
2·4분기 전망	3%성장률 자신하기 어렵다	2%대 성장률로 1·4분기보다 좋아지지 않을 것	3%대 미만.1·4분기보다 더 나쁠 것	1% 성장률이 예상
경기회복 시기	올해 안에 잠재성장률(5%)수준으로 오를지 의문	미국 경기 좋아지고 국내 불안요소 없어진다는 전제하에 3·4분기에 4%대 성장률	연내 회복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경기 호전되고 정부의 재정 금융정책이 효과있으면 3·4분기와 4·4분기 3%대 성장
필요한 대책	사회불안 심리 안정	노사관계,금융불안 불식. 경제에 책임있는 모습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	기업의 투자심리와 소비심리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