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大亂]삼성전자 “2, 3일 지나면 조업단축 위기”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31분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수도권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동조 휴업이 확산되면서 수도권의 물류대란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대우일렉트로닉스 기아 쌍용자동차 등 대기업의 수출입에 비상이 걸렸고 시화반월공단 입주업체들의 수출입 및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자체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물류수송 대책에 나섰지만 수도권 컨테이너 수송의 80%를 차지하는 경기 의왕시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 2일 지나면 컨테이너 차량과 운전사 확보가 어려워져 물량 수송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2, 3일 지나면 수입 원자재 공급이 안돼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되는 조업 단축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국에 있는 공장에서 수송해야 할 물량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 400여개에 달했으나 10%에도 못 미치는 30여개만 수송한 것으로 집계했다. 전국의 삼성전자 공장에는 현재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000여개가 적체돼 870여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장고를 주로 생산하는 인천 남구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수출물량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컨테이너 차량 30대를 구해 수출할 냉장고를 실어 경인ICD로 보내야 하지만 이날 10여대밖에 구하지 못했다.

생산지원팀 이종필 과장은 “현재 2만9000여대의 냉장고가 회사 창고에 쌓여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키보드와 섀시, 마우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시화반월공단 내 삼보컴퓨터는 수입 원자재의 반입이 중단되면서 현재 70%의 가동률만 보이고 있다.

경기도 내 중소기업과 다른 국가공단 입주 업체들의 피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휴맥스는 19일까지 50억원 규모에 이르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0개 분량의 수출품을 선적해야 하지만 운송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철도 수송으로 전환했다.

악기류 제조업체인 P뮤직은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 규모의 미국 수출품 선적에 차질이 빚어져 바이어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아야 했다.

W정밀은 20일로 예정된 15만달러 규모의 수출품을 선박수송에서 항공수송으로 전환하면서 비싼 물류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업용 선풍기, 모터 등을 생산하는 D공업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 물량을 선적하지 못해 40피트짜리 컨테이너 7개를 회사에 쌓아 놓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경기 이천시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C사는 웨이퍼 가공용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지만 배가 들어오지 못해 6∼8배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부품을 들여오고 있다. 파주시에서 코팅기계를 생산하는 G사 역시 1주일 전부터 누적된 수출품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0여개에 달하면서 2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보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의왕=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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