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법정관리 개시 결정…법원 "화의해도 빚 못갚아"

  • 입력 2003년 5월 14일 17시 40분


코멘트
화의(和議) 절차가 진행 중이던 국내 최대 소주업체 ㈜진로가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를 받게 됐다.

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卞東杰 부장판사)는 14일 진로 채권자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4일 제출한 ‘회사정리절차 개시 및 재산보전처분 신청’을 승인하고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또 법정관리인으로 이원(李元) 전 현대아산 개성공단사업단장을 임명했다.

이번 결정은 외국계 채권자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첫 사례다. 또 채권단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는 기아자동차, 범양상선에 이어 세 번째다.

▼관련기사▼

- 골드만삭스 "공개매각"…3자인수 가능성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기존 화의 조건대로 채무를 갚을 수 없다는 점은 진로측도 인정하고 있다”며 “진로가 주장하는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화의 조건에 따른 잔존채무 전액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돼 화의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해서 진로가 외국계 채권자의 손에 넘어가거나 해체되는 것은 전혀 아니며 오히려 엄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로를 재건시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로측은 “대다수 채권자가 반대하는 법정관리 결정을 법원이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만간 법적으로 이의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골드만삭스측은 “이번 판결은 진로는 물론 진로의 임직원과 채권자들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진로는 1998년 2월 화의 개시결정이 내려진 뒤 지난해까지 총 9599억원의 채무를 갚았다. 그러나 대부분 화의채무 이자 상환에 사용돼 아직도 1조7204억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 또 화의 인가 후 5년간 매년 평균 1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자 등 비용지급 부담이 커 경상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을 내지는 못했다.

한편 진로 노동조합은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반발해 14일 조업중단에 들어갔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