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감 고조…은행금융債 100조 돌파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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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주요 축인 은행과 카드회사의 빚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반면 빚은 급증하고 있어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은행들이 금융채 발행을 통해 끌어 쓴 돈이 100조원을 넘어서고 그 중 절반이 만기 1년 이하여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은행들이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카드회사들이 카드채 발행을 통해 거액을 끌어 쓰고 갚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문제도 언제든지 금융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불씨로 남아 있다. 카드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만기연장 대책을 마련해 일단 진정됐지만 ‘6월말까지 해결시한을 연장해 놓은 미봉책일 뿐’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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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금융채 발행 잔액은 107조4000억원으로 1월말 100조원선을 넘어선 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작년 말에 비해 7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은행들이 금융채 발행이란 쉬운 방법으로 주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정의 총자산에서 금융채 발행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11.0%에서 올 2월말 현재 11.6%로 높아졌다. 앞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채는 3월말 현재 51조9000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의 48.3%를 차지했다.

이정식(李正植) 한은 은행국장은 “금융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좋지 않으면 은행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금융채 만기를 늦추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들의 경영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의 1·4분기 순이익은 8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722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지난해 1·4분기에 비해 대부분 은행들의 순이익이 절반가량으로 줄어 우리은행은 59%,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1% 정도에 그쳤다.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를 보여온 일부 카드사들은 생존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몰려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는 176만6701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의 6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3월말 카드대출 연체자는 2월말보다 19.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현재 보유중인 자금으로 6월까지 버틸 수 있지만 그 후에는 빚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기업들은 필요할 때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 등 외부 변수와 맞물려 경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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