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차지완/先분양제, 한때 주택보급 '1등공신'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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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업계는 아파트 ‘후(後)분양제’ 문제로 시끌벅적합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죠.

그동안 ‘선(先)분양제’로 ‘쏠쏠한 재미’를 본 건설회사는 후분양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집을 짓지 않고도 분양대금이 들어와 공사를 척척 진행시켰는데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일부는 중소 건설회사의 연쇄도산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문득 선분양제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대한주택공사 수석연구원 시절에 쓴 글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건설 당시 최첨단 아파트로 불렸던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델하우스를 통해 분양됐다는 점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당시 서울시는 여의도개발을 통해 지하철 건설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 분양촉진이 다급한 과제였다.”

모델하우스는 설계도를 근거로 지은 일종의 ‘맛보기’ 집이죠. 한국에서 모델하우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71년 5월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분양할 때였습니다. 공사가 채 마무리되기 전에 모델하우스를 통해 분양됐죠.

물론 지금처럼 착공과 동시에 이뤄지는 선분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분양방식은 서울 강남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선분양제는 정부의 개발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공식적으로는 1977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입됐습니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건설회사에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직접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마련해준 것이죠.

주택 보급 활성화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선분양제. 소비자 중심 시장의 신호탄이 될 후분양제. 둘 사이의 ‘영역 다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자못 궁금합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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