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 "불황이 성장 기회다"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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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식회계 적발과 정부의 투명성 강화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중견기업들이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 정부의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데다가 대기업의 경영 위축으로 중견기업들이 파고들 틈새시장도 그만큼 넓어지고 있기 때문.

▽지금이 기회다=이랜드는 최근 유통관련 계열사 2001아울렛을 통해 엘덴상사의 아동복 브랜드 ‘엘덴’을 인수했다. 이미 리틀브렌, 베이비헌트 등 7개의 아동복 브랜드를 가진 이랜드는 엘덴을 통해 고가 아동복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또 지난해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보유한 국제상사를 인수한 뒤 지난달 말 이 회사의 주식 18만주가량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 밖에 계열사 이엘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애슐리’라는 브랜드로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 진출했다. 2001아울렛은 올해 안에 4개의 점포를 추가로 열어 총 점포수를 11개로 늘린다.

웅진은 금융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최근 쌍용화재 인수를 시도하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금융계열사 확보를 그룹 성장의 필수요건으로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웅진은 또 국내에서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를 통해 환경기업의 이미지를 굳혔다는 판단 아래 중국 일본을 공략할 해외사업부를 신설했다. 계열사 웅진코웨이개발은 경기 여주군에 27홀 규모의 렉스필드 골프장을 건설 중이며 이 달 안으로 분양이 완료되면 194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제지전문기업인 무림그룹은 최근 계열사 신무림제지를 통해 중국 국영 제지업체인 첸밍제지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모기업인 무림제지는 작년 12월 기업들의 소모자재 전자상거래 시스템인 아이마켓코리아에 진출한 뒤 수주량이 크게 늘었다.

▽대기업은 주춤=이처럼 중견기업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정부의 각종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4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들 중견기업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 강철규(姜哲圭) 위원장이 4일 4대 그룹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단체의 집단 성명은 적절치 않다”며 경고하는 등 경제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 움찔한 상태다.

특히 분식회계 및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정부의 질책을 받는 대기업의 모습은 중견기업들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기도 한다.

이랜드는 대리점에 판매 다음날 바로 돈을 넣어주는 익일입금제도, 구매처 현금결제 등 투명경영에 앞장서고 있으며 최근 1년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2월 한국전문경영인(CEO)학회로부터 2002년 경영인상을 수상한 웅진그룹 윤석금(尹錫金) 회장은 “중견기업들의 왕성한 경영활동은 침체된 국내 경기를 회복하는 데 한몫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최근 움직임 비교
대기업중견기업
-SK,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 중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발표
-4대 그룹(삼성, LG, SK, 현대차), 공정위 강철규 위원장으로부터 집단 성명 발표 자제 요구 받음
-정부, 5월 중 대기업 관련 정책 개선방안 마련
-이랜드: 아동복, 운동화, 레스토랑 사업 확대
-웅진:환경사업 해외진출, 골프장 사업
-무림: 중국 제지그룹과 전략적 제휴, 기업소모자재 시장 진출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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