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투자로 기업 현금 쌓인다…기업예금 1년새 10조늘어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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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돈을 현금과 예금으로 쌓아두면서 기업의 현금보유액과 예금자산이 크게 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체의 현금보유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합한 전체 기업의 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잔액은 작년 말 현재 125조3000억원으로 2001년 말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말의 45조8000억원에 비해 173%(79조5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또 제조업체의 보유 현금(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포함)은 작년 말 현재 46조원으로 전년 말(32조6000억원)에 비해 4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의 총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현재 7.9%로 전년 말(6%)은 물론 2000년 말(5.9%), 99년 말(5.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제조업체의 보유 현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합리화와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수익은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한은은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정부가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김태석 한은 기업경영분석팀 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현금보유 확대가 안정적 기업활동을 위해 불가피한 전략이기는 하나 수익성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조업체의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잠재력을 저하시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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