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바닥기 징후]증권사직원 욕먹으면 "진짜 바닥"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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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면 지금이 바닥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돈이 증시로 몰리는 기미는 없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아직은 진짜 바닥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닥권의 마지막 며칠, 즉 진짜 바닥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첫째, 1988년 이후 세 번의 주가순환에서 주가는 예외 없이 500선 밑에서 바닥을 찍었다. ‘4자를 봐야 진짜 바닥’이라는 경험칙을 철석같이 믿는 평범한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말은 ‘쇠귀에 경 읽기’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믿는다. 주가지수 500선 밑에서도 실제로 주식을 사는 이는 별로 없다. ‘3자가 보일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기 때문이다.

둘째, 주가순환은 상승-하락이 아니라 상승-하락-휴식(바닥권)의 3박자를 따른다. 휴식기의 주가는 굵직한 악재에 막혀 수개월간 박스권에 갇힌다. 그러다가 막판에 등장하는 악재 한 방에 망가지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 온 투자자들을 초주검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1998년의 퇴출 은행 및 기업 발표, 2001년의 9·11테러가 마지막 한 방의 역할을 했다. 이후 주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급속도로 회복된다.

셋째, 바닥권 초입에서는 주식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이 ‘나도 주식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마치 다음날 주식을 살 것처럼 관심을 보이지만 대개는 관심으로만 그친다. 그러다가 한두 달 지루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면 태도가 돌변해 주식투자를 하는 주변 사람들을 한심한 사람 취급한다.

넷째, 바닥을 앞두고 박스권이 몇 차례 움직인다. 대체로 상단과 하단이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려간다.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희생양을 만들기 시작한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증권사 직원들이 욕을 먹는다. 주가가 빠질 것이라고 기가 막히게 알아맞힌 이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너 때문에 주가가 망가졌다’고.

(도움말: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리서치센터 부장,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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