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사 거래량 미달사태…대주주 지분많아 유통물량 적어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8분


코멘트
남양유업의 주식은 3일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번째. 매매가 체결되는 날도 10∼100주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최근 증권거래소로부터 ‘3월말까지 거래량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주식 거래량이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상장사가 올해 50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2분기 연속 거래량을 채우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거래할 주식이 없다’〓주식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면 업황 사정이 나쁘거나 투자가치가 적은 부실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유보율이 높고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기준 거래량에 미달하는 이유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많아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

비비안의 경우 대주주가 7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롯데제과도 특수관계인 지분이 52.49%에 이른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가 올해 3000주를 매입하는 등 지분을 더 높이고 있다.

퍼시스는 대주주 및 외국인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전체의 13.4%에 불과하다. 월 평균거래량이 상장주식수의 1%인 12만5000주를 넘어야 하지만 평균 9만주를 간신히 넘고 있다.

배당률이 높은데다 기업 펀더멘털이 탄탄해 투자자들이 차익거래보다는 장기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퍼시스는 액면분할을 하고 자사주를 매각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거래량을 늘리지 못했다.

▽주식이 돌아야 상장기업〓문제는 거래량이 부족한 기업의 상당수가 거래를 늘리려는 노력에 인색하다는 것.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주주가 늘어나면 경영활동 참여나 배당 등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거래량을 늘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기업으로서의 이점은 누리면서 주주들에게 환금성을 보장하는 의무는 외면한다는 비판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상장 폐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상장을 폐지하면 회사 신뢰도와 기업 이미지가 떨어지는 데다 자금조달도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전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거래소 퇴출을 피해가고 있다.

증권거래소 김재일 상장심사부장은 “주식 유동성 부족을 방관하는 것은 상장기업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대주주들이 지분을 낮추거나 무상증자, 액면분할을 통해 물량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거래량 요건에 미달한 우량 상장기업 (단위:주, %)
구분회사명상장주식수월 평균거래량회전율
자본금 100억원 이상퍼시스12,500,00091,9600.72
신영증권16,440,000148,0420.90
자본금 100억원 미만연합철강1,900,0003,0400.16
남양유업886,6625,5920.63
신영와코루900,0006,1750.68
태광산업1,113,40013,9831,25
비비안1,373,58918,0761.31
샘표식품4,444,00077,1201,73
롯데제과1,421,40026,5731.86
대한제분1,690,00033,7551.99
자료=증권거래소, 동원투신운용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