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서 양지로 나왔죠"…비데-생리대등 대중매체 광고

  • 입력 2003년 3월 3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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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TV에서 볼 수 없던 광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 거의 금기의 대상이었던 주제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를 타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기의 성역을 깬다〓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광고는 비데 광고. 올해 보급률이 전체 인구의 12%에 달할 만큼 비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광고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데 광고는 고급스럽고 유머러스한 컨셉트에 초점에 맞춰 과거 음침하고 거북스러운 분위기의 화장실 문화를 털어버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호나이스 굿모닝 비데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승부한다. 탤런트 황신혜가 우아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것이 마치 화장품 광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하다. 황신혜가 의자에 앉으려고 하지만 일제히 피하는 의자들. “굿모닝 비데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황신혜는 “비데 했는데…”라며 난처해한다. 비데의 차별화를 강조한 광고다.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광고를 시작한 웅진코웨이 룰루는 최근 2차 CF에서 ‘닦지 말고 씻자’라는 카피와 함께 모델들이 ‘룰루 송’이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뮤지컬 방식을 도입했다. 모델로는 탤런트 윤다훈과 안연홍이 계속 출연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 김경림 부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데 광고라고 하면 유명 모델들이 모두 출연하기를 꺼렸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화장실은 문화 공간’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비데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시작한 대림통상 도비도스 비데는 모델 변정수를 내세워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진지하게 하프를 연주하던 변정수가 “나, 집에 갈래” 하면서 연주장을 뛰쳐나오더니 집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비데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머리 고민을 해결하는 가발 광고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과거 제약회사의 발모제 광고가 종종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패션과 활동성을 강조한 가발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이모 광고는 ‘봄에는 새로운 일을 생각하세요. 머리는 하이모가 책임집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자연스러운 가발을 착용한 탤런트 이덕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용품 광고기법에 큰 변화〓브래지어, 생리대 등 여성용품 광고는 신문과 TV에 등장한 지 꽤 됐지만 모델 기용과 컨셉트 설정에서 최근 2, 3년 사이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브래지어 광고는 과거 풍만한 외국 여성 모델을 내세웠던 것에서 탈피해 체형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한국 모델을 기용하는 추세다. 여성 속옷 시장의 경쟁 브랜드인 비비안과 비너스는 각각 한은정과 고소영이라는 톱모델을 기용해 ‘한 듯 안한 듯’한 분위기의 자연스러운 브래지어 컨셉트를 전달하고 있다.

생리대는 여성 소비자 모델의 ‘증언’ 광고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깨끗한 나라의 매직스는 유명 남자 탤런트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P&G의 위스퍼는 ‘가벼운 운동이 생리통을 줄여준다’는 슬로건과 함께 생리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을 고치도록 소비자를 설득하는 ‘정보형’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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