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4곳 '비자금' 수사…가짜 계산서로 탈루 혐의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19분


코멘트
경찰과 국세청이 대형 건설회사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국세청은 27일 D건설, H건설, 또 다른 H건설, M건설 등 4개 건설회사가 액수를 부풀린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수법으로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으로 처벌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D건설은 건설중장비업체에 실제 사용한 기름값보다 2∼3배 많은 세금계산서를 내도록 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H건설은 하청업체에 가짜 유류 세금계산서를 떼 오게 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비를 과다 책정해 비용을 높이고 수익을 줄이는 방법을 쓴 것이다.

경찰과 국세청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 건설업계의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는 만큼 다른 업체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바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 회사에는 그간 탈루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과소(過少)신고가산세와 미납부가산세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자금 수사는 당초 국내 석유유통 과정에서 주유소 업주들이 허위계산서를 만들어 2∼5%의 수수료를 받고 전국 303개 중기업자에게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형 건설회사가 개입한 혐의가 발견돼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 K주유소 대표 전모씨(45·구속) 등 수도권 4개 주유소 업주들이 최근 2년간 130억원대의 허위계산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적발된 4개 대형 건설회사 이외에 다른 업체들도 기름값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