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분식회계 적발 파장, 재계 “수사확대되나” 촉각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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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을 2000억원대의 배임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계열사인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확대함에 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 회장과 함께 SK를 이끌고 있는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이 SK글로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SK측은 사태 추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도 검찰이 경영주 구속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혐의로 수사를 펼친 데 대해 아연 긴장하고 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것.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분식회계의 ‘유혹’에 넘어갔다. 따라서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SK의 또 다른 계열사는 물론 다른 재벌 기업들에까지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는 해당 기업의 회계장부를 낱낱이 분석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 및 제3 기업과의 부당한 거래 관계나 뜻하지 않은 비자금 등이 튀어나올 경우 수사는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분식회계 수사는 SK글로벌에 한정돼 있으며, 비자금이 발견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사는 최 회장 등 SK그룹 관계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보강 조사를 중심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한 결정적인 계기는 17일 최 회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SK글로벌의 분식회계 규모와 수법이 상세히 기록된 내부 비밀보고서를 확보한 것. 검찰은 이를 근거로 SK글로벌의 회계장부가 보관된 장소를 추적했고, SK측이 서울 삼청동 SK글로벌 연수원으로 급하게 이를 옮겨놓은 사실을 포착해 관련 회계장부를 19일 압수했다.

검찰 수사는 보고서와 회계장부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도 이 보고서 때문에 분식회계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SK글로벌 임직원들을 형사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주목되는 것은 SK글로벌 회장을 맡고 있는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이 문제는 손 회장의 분식회계 개입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손 회장에 대한 조사와 처리는 검찰수사의 마지막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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