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대상선 분식회계 혐의 본격조사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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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혐의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2000년 6월 2억달러(2235억원)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지만 현대상선의 당시 재무제표에는 이러한 기록이 전혀 없어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료는 대북지원에 사용된 2억달러 등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000억원의 회계처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안돼 상세자료를 더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당시 현대상선 경영진과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대출 3000억원 누락〓현대상선이 2000년 6월 7일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빌린 후 29일 일시적으로 갚았다가 산업은행이 6월 30일 4000억원의 만기를 3개월 연장하자 이날 곧바로 3000억원을 인출했다.

따라서 6월 말 현재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당좌대출 잔액은 4000억원으로 기록돼 있어야 하지만 현대상선의 반기보고서에는 1000억원으로 표시돼 있다.

3000억원의 단기부채가 적게 표시된 것. 단기부채규모는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항목이어서 현대상선이 재무상태를 좋게 보이려고 누락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에 송금한 2억달러가 정상적인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됐다면 재무제표에 ‘사용수익 기부자산’ 형태로 기록돼 있어야 하지만 통째로 빠졌고 주석사항에도 언급이 없다. 대북송금 2억달러와 같은 사안은 중요한 경영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석사항에 포함돼야 한다.

▽3000억원 어떻게 분식했나〓현대상선의 12월 결산자료에는 4000억원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에 분식회계 규모는 6월 말에 누락시킨 3000억원이 된다.

현대상선의 99∼2001년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상한 지출항목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공기구 및 비품 취득으로 인한 지출이 99년 119억원에 불과했으나 2000년 2586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01년에는 다시 52억원으로 줄었다.

공기구 및 비품은 일반적으로 사무실 집기를 사는 것이어서 여기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기계 및 장비 구입항목이다. 이 비용은 99년 489억원, 2001년에는 516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는데 2000년에는 1519억원으로 평소보다 1000억원 이상 많다.

이러한 지출은 현대상선의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잡혀 있어 총자산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A씨는 “회사경영상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두 항목의 비용이 갑자기 3배, 20배로 늘어날 이유가 없다”며 “뭔가 다른 곳에 사용했다가 명목만 이 항목으로 돌린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현대상선이 실제로 이 금액만큼의 공기구 등을 구입했는지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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