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2억달러(2235억원)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지만 현대상선의 당시 재무제표에는 이러한 기록이 전혀 없어 고의로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료는 대북지원에 사용된 2억달러 등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000억원의 회계처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안돼 상세자료를 더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당시 현대상선 경영진과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대출 3000억원 누락〓현대상선이 2000년 6월 7일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빌린 후 29일 일시적으로 갚았다가 산업은행이 6월 30일 4000억원의 만기를 3개월 연장하자 이날 곧바로 3000억원을 인출했다.
따라서 6월 말 현재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당좌대출 잔액은 4000억원으로 기록돼 있어야 하지만 현대상선의 반기보고서에는 1000억원으로 표시돼 있다.
3000억원의 단기부채가 적게 표시된 것. 단기부채규모는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항목이어서 현대상선이 재무상태를 좋게 보이려고 누락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에 송금한 2억달러가 정상적인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사용됐다면 재무제표에 ‘사용수익 기부자산’ 형태로 기록돼 있어야 하지만 통째로 빠졌고 주석사항에도 언급이 없다. 대북송금 2억달러와 같은 사안은 중요한 경영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석사항에 포함돼야 한다.
▽3000억원 어떻게 분식했나〓현대상선의 12월 결산자료에는 4000억원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에 분식회계 규모는 6월 말에 누락시킨 3000억원이 된다.
현대상선의 99∼2001년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상한 지출항목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공기구 및 비품 취득으로 인한 지출이 99년 119억원에 불과했으나 2000년 2586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01년에는 다시 52억원으로 줄었다.
공기구 및 비품은 일반적으로 사무실 집기를 사는 것이어서 여기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기계 및 장비 구입항목이다. 이 비용은 99년 489억원, 2001년에는 516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는데 2000년에는 1519억원으로 평소보다 1000억원 이상 많다.
이러한 지출은 현대상선의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잡혀 있어 총자산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A씨는 “회사경영상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두 항목의 비용이 갑자기 3배, 20배로 늘어날 이유가 없다”며 “뭔가 다른 곳에 사용했다가 명목만 이 항목으로 돌린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현대상선이 실제로 이 금액만큼의 공기구 등을 구입했는지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