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증권 미수피해 발생 한달전 "계좌관리 허술" 지적받아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9시 13분


1700억원대의 미수 사고로 124억원의 피해를 본 LG투자증권 홍콩법인이 사고 발생 한달 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위탁증거금 관리를 엄격히 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LG투자증권 홍콩법인을 6일 동안 검사한 결과 이 법인이 일부 외국인 기관투자가 명의의 계좌들에 대해 고객정보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위탁증거금을 면제시켜준 사실을 적발하고 개선 지시를 내렸다.

금감원 증권검사국 이장훈 검사실장은 “동시에 검사를 한 다른 증권사의 런던 도쿄 홍콩 현지법인들과 달리 LG 홍콩법인은 고객 신용도에 따라 증거금을 차등적으로 징수하는 기준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면서 “한국 작전세력이 외국인으로 가장해 계좌를 개설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은 사고발생 직후인 16일 감사팀을 홍콩 현지로 파견해 사고를 일으킨 12개 계좌의 소유자인 홍콩 국적의 투신운용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문제의 12개 계좌 중 일부는 홍콩 금융기관의 명의를 빌려 한국 작전 세력이 운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의상 계좌 소유자들이 LG측의 현지조사나 금감원의 소환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번 사고의 전모 파악은 물론 계좌의 실제 주인을 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 민광식 상무는 “손실을 보상받지 못한다면 법률 검토를 거쳐 이달 26일경 홍콩 법원에 계좌 소유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미수사고로 22억원의 피해를 본 대신증권측도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소송밖에 없다”면서 조만간 법적 절차에 착수할 뜻을 비쳤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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