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어난 외국인투자자의 LG투자증권 계좌 미수사건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축으로 증시를 주무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면 주가가 오르는 한국 증시의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국인에 대한 오해〓지난해 한 외국계 증권사가 동일방직 등 몇몇 중소형 우량주를 집중 매수한 적이 있다. 당시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므로 주가상승 계기가 생겼다”며 외국 증권사가 사들인 종목에 대한 매수추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사실 이 종목을 매수한 펀드매니저는 한국 사람이었다. 그는 올해 한국 증권사로 옮긴 뒤에도 비슷한 포트폴리오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그 펀드매니저가 한국 증권사 창구를 통해 중소형 우량주를 샀을 때에는 아무도 “주가상승의 계기가 생겼다”고 떠들지 않았다.
▽주도권을 넘겨준 한국 증시〓삼성전자를 샀다 팔았다 하며 ‘장난’을 치는 외국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지적.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최고 42만원에서 최저 27만원까지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외국인 지분은 올해 단 한 순간도 5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고작 8∼9%의 외국인 지분 변동에 주가가 25만원 가까이 오르내린 셈.
외국인이 조금만 삼성전자를 팔아도 한국 투자자들이 따라 팔고, 외국인이 조금만 사도 한국 투자자들이 따라 산다. 외국인으로서는 “이것 봐라, 내가 하자는 대로 다 되네”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몇몇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이용해 장난을 치는 것이나 한국 작전세력이 외국계 창구를 통해 외국인으로 가장해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한국 투자자, 특히 큰돈을 다루는 기관투자가가 외국인 눈치만 보는 바람에 한국증시가 외국인이 주도하는 ‘투전판’으로 바뀐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따라하기는 잘못된 투자〓아직도 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외국인 매수종목 주목’ ‘외국인 관심종목 추격매수’ 등의 투자전략을 권한다.
이런 투자전략이 효과가 있다면 굳이 만류할 필요가 없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지적. 이미 외국인이 충분히 사 둔 종목을 따라 사면 외국인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높다. 기껏 따라 산 뒤 정작 외국인이 주식을 먼저 팔기 시작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한국 투자자의 몫이 된다.
가치P&C 박정구 사장은 “특정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팔아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철저히 기업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시각으로 주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