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많은 주식 투자하려면…]지배구조 보면 배당 보인다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56분


‘배당 성향을 알고 싶으면 지배주주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라.’

배당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가 상장 종목을 훑다보면 ‘도대체 왜 배당을 안 할까’ 하고 궁금해지는 회사가 있다.

이익도 충분하고 딱히 재투자할 곳도 없다. 현금을 낮은 이자로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배당을 하는 게 모두에게 훨씬 이익일 것 같다. 그런데도 배당을 안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최대주주가 배당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을 하고 안 하고는 회사의 지배구조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무작정 기업에 “주주 중심으로 경영하라”며 졸라봐야 소용이 없다. 그보다는 구조적으로 배당을 할 수밖에 없는 회사를 찾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주주가 돈이 필요 없는 회사〓아무리 소액주주들이 요구해도 고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다.

이런 회사는 대주주 지분도 높고 지배구조도 안정적이다. 게다가 대주주가 배당을 받아야 할 만큼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 롯데칠성 롯데삼강 등이 엄청난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배당을 하지 않고 회사에 돈을 남겨두면 그 돈의 사용권을 대주주가 거의 가질 수 있다. 굳이 배당으로 이익을 소액주주와 나눌 필요가 없는 것. 이런 회사일수록 배당에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가 돈이 필요한 회사〓우선 회사 지배구조가 투명해 대주주가 회사 돈을 뒤로 빼돌릴 가능성이 없는 회사여야 한다. 이런 회사의 대주주는 배당을 통해서만 정당한 투자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은 탓에 대주주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자사주를 사야 하는 회사라면 고배당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주주가 돈을 마련할 곳이 배당밖에 없기 때문.

대주주가 순수 지주회사인 경우에도 고배당 가능성이 크다. 순수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지 못한다면 돈을 벌 길이 없다.

따라서 대주주인 지주회사는 끊임없이 자회사에 배당을 요구하고 자회사도 대주주의 요구대로 배당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회사는 회사가 이익을 내는 한 주주와 나눠 갖는 정책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의 배당요구가 위력을 발휘하는 회사〓최대주주가 불분명한 탓에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요구가 위력을 발휘하는 회사도 고배당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민영화에 성공한 담배인삼공사나 기관투자가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LG상사 등이 좋은 예.

이런 회사의 주요 주주는 순수한 투자자들이다. 이들이 투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도 고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투자의 대가를 돌려줘야 한다.

서울대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구조적으로 배당을 할 수밖에 없는 회사는 한두 해 반짝 이익으로 배당을 하는 회사와 달리 고배당 성향이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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